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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문학사상사, 2002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어령 선생의 책 소개는 당분간 그만둘까한다. 아직 소개하고픈 구절들은 많지만, 의도치않게 독서 편식을 조장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구절은 호모 에렉투스가 직립하면서 확보한 지평선의 의미를 논하고 있는 글이다. 직립보행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지평선을 보게 되었다. 지평선은 인간 시야의 한계선이자 인간 시선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무한의 늪이다. 하이데거적 용어를 패러디한다면, 지평선이란 인간 시선의 ‘불가능의 가능성’을 허락하는 임계(臨界)이다. 그 지평선을 향한 시선은 시인과 철학자의 ‘무서운 눈빛’이다.

“지평선은 언제나 인간의 높이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 볼노의 의미도 그런데 있다. 그것은 인간이 두 발로 땅을 디디고 꼿꼿이 하늘을 향해 수직의 자세로 일어서는 순간 비로소 존재하게 된 공간이다. 인간은 먼 곳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지평선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이 우주 공간의 중심, 무한한 원의 그 중심점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지평선은 인간을 현실의 중심에 있게 한다’는 시구도 생겨났고 ‘인간은 지평선을 부정할 수 없다. 지평선을 제거한다는 것은 인간을 폐기한다는 뜻이다’라는 철학자의 잠언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평선의 의미는 그것이 모순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지평선은 인간에게 울타리와 같은 한계선을 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평생을 걷고 걸어도 이 한계선에 이르지는 못한다. 한 걸음 나아갈수록 또 다른 지평선이 펼쳐진다. 가도 가도 새로운 지평선이 전개되어 간다. 그것은 한계를 가진 것이면서도, 동시에 영원한 것이다. 이곳에 있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저 너머에 있는 것이다. 이 지평선을 향한 시선을 언어로 바꿔 놓는 것이 바로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실의 언어면서도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는 높이와 영원성을 지닌 언어…. 호랑이는 아무리 불타오르는 눈을 가졌어도 무서울 것이 없다. 우리가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먼 지평선을 바라볼 줄 아는 그 ‘눈빛’인 것이다(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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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푸는 문화 신바람의 문화』, 문학사상사, 2003.

이 책에는 ‘모기를 막는 세 가지 방법’이 등장한다. 이어령의 장점, 즉 작은 사건, 일화, 이미지에서 수많은 함축을 읽어내는 재능이 탁월하게 발휘된 글이다. 여기에서 모기란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것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화학약품을 쓰는 것은 모기를 ‘쫓아내는 것’이고,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은 ‘막는 것’이고, 탑 위에 올라가는 것은 모기를 ‘피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해치려는 사람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도 똑같습니다. 천 가지 만 가지 방법이라 해도 그것은 ‘쫓다’, ‘막다’, ‘피하다’의 세 가지 동사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 살충제로 모기를 죽이는 방법, 즉 자기에게 해를 주는 존재를 쫓아내는 방법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폭력적인 문화전쟁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는 합니다마는 이 극단적인 전술은 그만큼 파괴적인 것이므로 결국은 자기 자신의 환경마저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많은 것입니다. 모기장과 같이 ‘막는 방법’은 공존의 전술입니다.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놓고 그 안으로 침략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소극전법입니다. 모기장 안에만 평화가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모기장 전술이 집단적으로 나타나고 극대화한 것이 이른바 ‘계약’이나 ‘외교술’과 같은 ‘타협문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탑에 올라가서 모기를 피하는 것은 무엇인가? 흔히 우리는 그것을 은둔주의적 삶이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나쁘게 말하면 패배주의적인 삶의 태도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 ‘피하는 방법’이 단순한 패배주의 그리고 은둔적 삶이라고 경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높은 탑에 올라간다는 것은 수평적인 삶을 수직적인 삶으로 바꿔놓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기를 죽이거나 막는 것이 아니라 모기의 능력으로는 감히 이룰 수 없는 새 ‘환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일종의 창조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생의 높은 탑인 것입니다(249-250쪽).”

현대인들은 수직적인 삶에 냉소를 던진다. “과연 그런 삶이 있을까?” 나는 한때 산행을 즐겼던 적이 있다. 높은 산 정상 가까이에 갈수록 정말 모기가 없다. 그곳엔 물도 없고 춥기 때문이리라. 분명 높은 곳엔 모기가 없다. 그렇다면 모기가 근접하지 못할 ‘수직적 높이’는 우리 주위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어령의 글이 그 수직적 높이를 보여준다. 그의 글은 함부로 줄이기 어렵다. 하나를 빼면 와르르 수직 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수평적 삶에서 갈등과 경쟁이 발생하고 정의가 요구된다. 그곳에선 정의가 실현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실현된다 해도 용서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용서란 오직 창조적인 수직적 높이에서만 배태될 수 있다. 수평적인 우리네 삶이 팍팍하기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서를 엄두 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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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파이팅: 사나운 조짐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저 | 웨일북 | 2018

이 책의 저자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9급 공무원 세대〉라는 글로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90년생이 온다>를 확장 집필했다.

“지평선은 언제나 인간의 높이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 볼노의 의미도 그런데 있다. 그것은 인간이 두 발로 땅을 디디고 꼿꼿이 하늘을 향해 수직의 자세로 일어서는 순간 비로소 존재하게 된 공간이다. 인간은 먼 곳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지평선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이 우주 공간의 중심, 무한한 원의 그 중심점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지평선은 인간을 현실의 중심에 있게 한다’는 시구도 생겨났고 ‘인간은 지평선을 부정할 수 없다. 지평선을 제거한다는 것은 인간을 폐기한다는 뜻이다’라는 철학자의 잠언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평선의 의미는 그것이 모순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지평선은 인간에게 울타리와 같은 한계선을 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평생을 걷고 걸어도 이 한계선에 이르지는 못한다. 한 걸음 나아갈수록 또 다른 지평선이 펼쳐진다. 가도 가도 새로운 지평선이 전개되어 간다. 그것은 한계를 가진 것이면서도, 동시에 영원한 것이다. 이곳에 있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저 너머에 있는 것이다. 이 지평선을 향한 시선을 언어로 바꿔 놓는 것이 바로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실의 언어면서도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는 높이와 영원성을 지닌 언어…. 호랑이는 아무리 불타오르는 눈을 가졌어도 무서울 것이 없다. 우리가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먼 지평선을 바라볼 줄 아는 그 ‘눈빛’인 것이다(244쪽).”

우리는 x세대 이후에도 끝없이 마지막 세대를 호명하곤 했다. x는 원래 미지수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y, z세대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9급 공무원에 전례없는 열풍이 불고 있고, 소확행을 추구하며, 3포세대라 불리우는 90년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야기한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이 책은 세대론을 경유하며, 우리 사회를 반성하고 있다.

저자는 80년생이 고용불안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자기계발의 신화를 믿는 데 반해, 90년생이 소확행으로 자기위안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이유를 분석한다. 또한 소비자주의에 함몰된 듯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주의를 또 다른 무기로 사용할 줄도 아는 세대가 90년대생들이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당대의 세대론은 있다. 어떤 세대의 특징을 과거세대와 비교해 규정해 미달된 무엇으로 규정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틈을 확인하고 가급적 이해하려는 선의가 있다면 세대론은 임시적인 언어로서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전자상가 중에서도 용산 전자상가는 더욱 빠르게 몰락했다. 악덕 상인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기존의 소비자들이 용산 상인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당해내지 못했다면, 이제 90년대생들은 이에 대한 대응을 빠르게 학습해갔다. 최고의 대응은 아예 용산에 가지 않는 것이었다. 이로써 용산은 서서히 죽음을 맞게 된다." 책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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